최재림, 초연 이어 미스 트런치불 교장 役
"쉽게 만날 수 없는 배역...연기적인 욕심 많이 자극해요"
뮤지컬 '마틸다', 2023년 2월 26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하데스타운'부터 '썸씽로튼' '아이다' '킹키부츠'까지.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뮤지컬배우 최재림(37)의 올해 마지막은 '마틸다'다. 2018년 초연 당시 그에게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안겨다 준 작품이기도 하다. 

로알드 달의 소설을 뮤지컬화 한 '마틸다'는 똑똑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맞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최재림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미스 트런치불 교장 역을 맡았다. 

4년 만에 돌아오는 만큼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지난 시즌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트런치불의 모습이 방해가 되기도 했다. 최재림은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앞서 '리셋'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재연 연습 들어가면서 '새로운 걸 찾아봐야지', '더 깊어져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5-6개월 동안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연하면 저절로 숙성되는 게 있거든요. '이 지점에서 관객이 잘 웃는다', '여기선 나만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라는 식으로 쌓이는 것들도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부분을 원래의 연출보다 과하게 한다거나 그런 것도요. 연습 들어가니 전에 공연하면서 몸에 강화된 것들이 우선적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우선했어요."

트런치불 교장은 거대한 체구와 강한 신체 능력,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 아이들을 극도로 싫어하며 학대하는 악역이다. 글로 서술된 묘사를 보면 건장한 체격의 남성일 것 같지만 확실하게 여성이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원작의 그로테스크함을 살리기 위해 남자배우들이 해당 역할을 맡는다. 최재림은 그런 트런치불을 "배우가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은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사진=뮤지컬 '마틸다' 공연 장면 / 신시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마틸다' 공연 장면 / 신시컴퍼니 제공

"뒤틀린 성격과 형상, 연출적으로 주어진 것들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쉽게 만날 수 없는 배역이죠. 연기적인 욕심을 많이 자극해요. 너무 나쁜 인물인데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트런치불의 매력이에요. 오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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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신념에 대한 믿음이에요. 그게 해머 국가대표로서 메달도 따게 한 거죠. 강압적이고 과격한 건 잘못됐지만, 좋은 쪽으로 본다면 '원칙과 규율을 지켜서 배우면 나 같은 어른이 될 수 있다'라는 거죠.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꼰대이기는 하지만요."

남자배우로서 여성을 연기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다. 변화를 준 목소리로 노래까지 소화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재림의 공연을 보면 어떤 목소리로도 노래를 잘한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여기에 때때로 남녀를 오가는 목소리의 변주로 웃음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최재림 / 문화뉴스DB

"초연 때는 목소리를 정말 여성적으로 접근했어요. 근데 (닉 애쉬튼)해외 협력 연출님이 첫 연습 때 너무 여성스럽게 하지 말고 편한 목소리를 찾으라고 하더라고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질감이 있을 수 있으니 그냥 남자만 아니면 된다고. 그러다 보니 중성적인, 납작한 남자 목소리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미스 트런치불은 뛰어난 신체 능력과 더불어 많은 체력소모가 요구되는 역할이다. 무거운 보형물을 입은 채 아이들을 들어 올리고, 리본체조에 뜀틀까지 한다. 이에 '마틸다'를 제작한 영국의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에서는 해당 역할 배우 캐스팅에 '40대 미만'이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고 한다. 최재림 역시 초연 때 자신 있게 도전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체 능력이 훌륭한 배우들이 전문적으로 하는 역할이에요. 저도 정말 개인 관리를 철저히 해요. 보형물을 입는데 그게 좀 타이트하거든요. 스타킹보다 강도가 20배는 센 것 같아요. 몸을 축소시키는 느낌이 있죠. 두면 두는 대로, 펴면 펴는 대로 힘들어요. 그런 부분에서 피곤함은 있긴 하죠. 저도 이제 곧 마흔인데, 3-4년 뒤에 '마틸다'를 다시 한다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웃음)"

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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