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거리.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황급히 처마 밑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거리 한복판에 비를 쫄딱 맞고 있는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연로한 지체장애를 가진 거지였습니다. 바퀴 달린 나무판 위에 앉아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애써보았지만 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우산을 든 한 소녀가 어디에선가 나타났습니다.

“아저씨, 천천히 하세요. 제가 우산을 받쳐줄게요.”

거지 아저씨의 나무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도 따라 움직였습니다. 소녀의 우산이 거지 아저씨에게 완전히 기울여진 탓에 이미 소녀는 속옷이 다 비칠 정도로 흠뻑 젖었습니다. 거지 아저씨가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소년은 우산을 받쳐 든 채 끝까지 따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쑤저우란 곳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소녀의 선행을 지켜본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몇 해 전,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이모부가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한 아가씨.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그녀는 빵 몇 개를 들고 제과점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대로변에서 구걸하던 장애인 노숙자에게 다가가 그 옆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추운데 식사도 못하셨죠? 배고프시죠?”

그녀는 빵을 조금씩 떼어 노숙자의 입에 직접 넣어줬습니다.

주요기사

이 상황 역시 지나가던 이의 휴대폰 카메라에 잡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선행을 베푼 사람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 그게 칭찬 받을 일이 되고 화제가 되고 순식간에 유명인이 됩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인데 이리도 이슈가 되는 걸 보면 그만큼 우리가 당연히 할 일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한다고 수도 없이 듣고 자랍니다. 도덕시간에도 배웁니다.

그런데 머리가 점점 자라고 생각이 많아지면 그 배움을 망각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이 내게 닥치면 망설이게 되거나 외면하게 됩니다. 괜히 나섰다가 일이 복잡하게 꼬이지 않을까, 섣불리 움직였다가 봉변을 당하는 건 아닐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저도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랑과 정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앞장서서 나서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의 안위와 이익이 우선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선행을 베푼 사람들을 보면 더 존경스러운지도 모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험악하고 끔찍한 사건 소식이 날아듭니다. 무서움과 공포가 가득한 세상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이 사회가 버텨낼 수 있는 건 악을 행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착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틈이 있고 따뜻한 빛을 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또 부끄럽습니다.



 
김이율 작가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