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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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아주 고역스러운 일이 터집니다. 그건 바로 수도관과 보일러관의 동파입니다. 이번에는 제발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기를 바라며 수도관이랑 보일러관에 두꺼운 헝겊으로 칭칭 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혹독한 동장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화장실로 가 수도꼭지를 돌려봅니다. 제발, 제발, 제발…. 그 간절한 마음은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휴, 얼었네.”

정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하루 종일 헤어드라이기로 얼어붙은 관을 녹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장장 8시간의 사투 끝에 꿀룩꿀룩 소리와 함께 물이 터집니다.

“됐다. 됐어.”

해냈다는 격한 희열은 잠시고 또 오늘밤이 걱정입니다.

“그래, 열어두자.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 법이지.”

수도꼭지를 꽉 닫지 않고 물이 졸졸졸 흐르게 열어놨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또 부리나케 화장실로 가 수돗물을 확인했습니다. 콸콸콸 다행히 얼지 않았습니다. 졸졸졸 밤새 물을 흐르게 했더니 얼지 않은 것입니다.

“숨구멍이 살렸네.”

그렇습니다. 뭐든지 자연스럽게 흘러야 별 문제가 없지 뭔가가 그 흐름을 꽉 막고 있거나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조여 온다면 결국 문제가 발생합니다. 밥을 짓는 압력밥솥도 공기배출기가 막히면 밥솥도 터지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겁니다.

우리의 삶도 숨구멍이 필요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업무 그리고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내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에 장시간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숨통이 막혀 헉헉대다가 죽고 맙니다.

강미영의 책 『숨통트기』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회사와 집 사이에 항상 스쳐 지나던 어떤 공간에 멈춰 서기만 해도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회사에서의 나도 아니고 집에서의 나도 아닌 제3의 역할이 생긴다. 그곳에서는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도 없고 어떤 책임도 없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해소하고 머리의 스팀을 식힌다. 아무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루만져준다.”

집에게는 창문이라는 숨구멍이 있고 하늘에게는 별이라는 숨구멍이 있듯 우리에게도 숨통을 틔워줄 만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삶의 숨통을 틔게 해주고 지친 영혼을 충전시킬 만한 숨구멍을 가지고 있나요?

숨구멍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밤새 술을 먹는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여행하는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요가나 운동 혹은 쇼핑이나 수다일 것입니다.

그 어떤 거든 상관은 없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좀 들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십시오. 인생을 통틀어 숨이 안 막힌 날이 며칠이나 됩니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날이 얼마나 많습니까? 오늘 하루 오직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습니다.

행복은 어디선가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낙엽 줍듯 주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 비로소 행복을 만날 수 있고 삶의 숨구멍이 열리는 것입니다.

오늘, 숨 한 번 제대로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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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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