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74회, 펄에 살고 지고, 갯마을 사람들
25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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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최수민 기자] 자연의 순리대로 꽃이 피고 지듯 펄에 살고 지는 사람들의 갯내음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

■ 갯벌과 함께 굽은 허리, 그래도 펄에 살고 지고  - 보성군 벌교읍 

여수, 순천, 보성을 감싸 안은 여자만 갯벌. 그곳에 속한 영등 갯벌은 봉황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영등 갯벌의 자랑은 바로 비단짱뚱어.

5월부터 11월까지 ‘훌치기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짱뚱어는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식량이자 수입원이다. 갯마을 남자들이 낚시를 할 때, 아낙들은 바구니 하나 짊어지고 갯벌로 향했다. 없던 시절 기댈 수 있었던 곳은 갯벌뿐이었다는 배광순 씨.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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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나는 짱뚱어를 머리에 이고, 장장 5km를 걸어 벌교 시내에 팔았다. 삼시세끼 밥을 먹듯 갯벌을 드나든 덕분에 오남매를 무사히 키울 수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펄에 나갔기 때문일까. 이제는 허리가 굽어 펄이 불러도, 그리워도,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광순 씨처럼 펄에 살고 지며 생계를 이어갔던 봉황마을 사람들.

항상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갯벌은 마을 사람들에겐 삶의 터전과도 같다. 그중에서도 영등 갯벌에서 나는 비단짱뚱어로 끓인 짱뚱어탕은 봉황마을 사람들만 먹을 수 있었던 보양식. 짱뚱어 한 마리에 딱 두 점만 나온다는 짱뚱어 회와 석쇠에 구운 짱뚱어구이는 펄처럼 투박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맛이다. 

■ 지게에서 소달구지, 소달구지에서 경운기 되었네  – 인천 용유도 

드넓은 갯벌 위로 탈탈탈 소리를 내며 경운기가 질주한다. 약 230만m2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마시안 갯벌. 경운기가 들어갈 만큼 단단한 모래 갯벌로 이루어진 마시안 갯벌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는 건간망 어업을 통해 박대, 망둑어, 숭어, 삼치 등의 귀한 고기를 줄줄이 잡는다.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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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소달구지를 끌고 하루에 두 번 그물을 확인했다. 소달구지도 여의치 않았을 때는 직접 물고기를 지게에 이고 몇 번이고 갯벌을 오갔다. 처음 시집올 때부터 그 진풍경을 봤다는 김정애 씨. 그녀는 영종도에서 마시안 섬마을로 시집왔다. 육지 행 배가 하루에 한 번뿐일 만큼 고립된 섬마을이었던 이곳. 김정애 씨는 3년 동안 시내 한번 나가보지 못한 채 갯벌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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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에 지친 정애 씨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곳은 바로 갯벌. 갯벌에서 작업하는 순간만큼은 속이 뚫릴 만큼 자유를 느꼈다. 쌀이 부족했던 시절, 흔한 조개로 어머니들이 밥 대신 만들어 주었던 누루미국, 미역국 대신 산후조리를 책임져주었던 망둑어 맨장국,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는 박대 껍질로 만든 벌벌이묵까지. 갯벌이 내어준 재료로 만든 풍성한 밥상을 만나본다. 

■ 다시 일어서게 해주다, 갯벌은 나의 힘!  – 태안군 남면 

보름달이 뜬 태안의 갯벌에서 불을 밝힌 채 해루질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갯벌이 그리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김영경 씨. 해루질의 달인인 영경 씨는 열 길 물속이 내다보인다는 듯 어둠 속에서도 소라와 대맛조개를 손쉽게 잡아낸다.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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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대맛조개를 영경 씨만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영경 씨에겐 갯벌 일이 훤하다. 사업이 부도가 난 후, 고향을 찾아 새 출발을 꿈꿨던 영경 씨. 하지만 어렵게 마련한 보금자리가 불에 다 소진됐을 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건 바로 갯벌.

갯것들을 내다 팔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제는 도시 사람들에게 갯벌의 매력을 알려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 펄에서 태어나 펄로 다시 돌아온 영경 씨. 갯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갯벌의 품에 안길 수는 없다. 스스로 겸허해져야만 한다. 

■ 갯벌을 다져 염전밭을 일구다 – 신안 증도면  

세계 5대 갯벌 중 유일하게 갯벌 천일염이 생산되는 신안 증도면. 1953년에 세워진 태평염전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쉼터로 시작됐다. 증도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 갔다는 이곳 갯벌 염전.

증도면 주민 중 염전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소금장인 이문석 씨. 1975년부터 지금까지 꼬박 36년이라는 시간을 염부로서 살아가고 있다. 문석 씨에게 염전은 인생의 전부이다. 넘치는 것이 소금인지라 소금에 절여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나 생선을 보관했다는 염전 사람들.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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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로 만든 짜글이부터 갯벌에서만 자란다는 염생식물인 함초로 만든 함초초무침, 염장으로 간을 한 민어구이까지. 수많은 염부의 노고로 만들어진 소금을 이용한 갯벌 소금 밥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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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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