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상우 / 사진 : 대구문화창작소 이재봉

7월 30일, 오후 4시. 제24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이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개최됐다. 전국차세대안무가전은 앞으로의 무용계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무용 인재를 발굴해 무용계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3팀은 각자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창작작품을 선보였고, 그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무대를 펼치며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작품 1) KD.D '계단의 물매' 안무 김도연 1 ⓒ이재봉
작품 1) KD.D '계단의 물매' 안무 김도연 1 ⓒ이재봉

 

변인숙 대한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장은 ‘예술적 가치를 찾는 청년예술가들의 건강한 예술적 성장을 응원한다’라고 응원메시지를 남기는 한편, 이 자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이들의 사색이 빚어낸 작품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청년예술가들의 발전을 응원했다.

이창환 한국예총 대구광역시연합회장은 ‘인간의 감정을 아름다운 춤사위로 표현하는 다양한 무대를 통해 전국의 신예 안무가들이 소통과 우정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무용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1. 계단의 물매 – KD.D / 안무 김도연

각자 몸을 웅크린 채로 숨죽이고 있던 무용수들. 그대로 아무 동작 없이 가만히 있다가 일어날까 싶었지만, 곧 그들 사이로 움트는 움직임이 보였다. 각자 바닥에 엎드려서, 혹은 누워서 다리만 곧게 들어 올렸고, 이어서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다리의 모습은 공중을 밟고 달리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무대가 서서히 밝아오면서 등장한 무용수들은 차례로 다리를 크게 들며 걷는 동작을 했다. 정확히는 계단을 오르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허공의 계단을 밟으며 자꾸만 어디론가 올라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작품 1) KD.D '계단의 물매' 안무 김도연 3 ⓒ이재봉
작품 1) KD.D '계단의 물매' 안무 김도연 3 ⓒ이재봉

 

이어지는 화려한 군무와 서로의 몸을 의지하며 펼치는 춤들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서 보여준 계단을 오르는 걸음들이 머리에 각인되어 눈앞의 춤과 겹쳐 보이는 듯했다. 그들이 그렇게 오른 곳에서 거머쥐고자 했던 것이 바로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끝없이 춤추고, 춤을 보여주는 것.

그들이 무대 내내 보여준 갈망은 오르는 것, 즉 향상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었다. 원하는 목표, 꿈을 향해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올라가는 과정. 물리적인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과 다를 것 없이, 꿈의 계단도 늘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쳐도, 바닥에 쓰러져도 하나씩 차분하게 계단을 향해 발을 뻗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는 노력의 가치를 무대 전반을 통해 관객에게 말해주는 듯했다.

2. Nirvana : 시대로부터의 해탈 – 프로젝트M / 안무 김윤지

두 번째 팀은 재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한눈에 현대 직장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저마다 짝을 이루고 있었다.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 상사를 모시는 모습 등을 동작만으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 현대사회의 특징을 섬세하게 눈여겨보고, 무대에서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고통이나 대놓고 답답해하는 모습들에서 많은 직장인이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인내하며 괴롭고 답답한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네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 2) 프로젝트M 'Nirvana 시대로부터의 해탈' 안무 김윤지 2 ⓒ이재봉
작품 2) 프로젝트M 'Nirvana 시대로부터의 해탈' 안무 김윤지 2 ⓒ이재봉

 

하지만 이 무대는 그렇게 힘든 인생을 견디며 나아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조금은 익살스럽기도 했던 무대가 분위기를 바꾸며 조금 더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슬처럼 그들을 얽어매던 현실에서 벗어나 쌓아두었던 모든 것을 발산하고 있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지만 덜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 무대는 그런 이들에게 어서 와서 같이 자유로워지자고 손을 내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몇 해 전, 젊은 층에서 유행했던 YOLO(You Only Live Once)가 떠올랐다.

자신의 현재를 다른 무엇도 아닌 행복을 위해 소비하라는 삶의 방식이었는데, 근심과 걱정에 파묻혀 있던 자신을 꺼내며 해소하는 이 무대와 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였다.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와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는 섣불리 손을 뻗을 수 없는 자유이지만, 적어도 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울 수 있음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3. Battle – 진MUV프로젝트 / 안무 최연진

무대에 오른 것은 단 두 사람. 앞선 무대들과는 차이가 있는 인원이었지만, 두 무용수는 그에 뒤지지 않는 공간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돌고, 뛰면서 춤을 추는 것은 물론, 무릎을 바닥에 붙인 채 춤을 추거나 바닥을 구르며 바쁘게 다양한 동작들을 소화해나갔다.

서로의 몸에 기대어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합을 맞춰 동작을 선보이기도 하는 등, 전력으로 춤과 춤이 맞부딪히는 듯했다.

그리고 끝에서는 각자의 전력을 하얗게 불태운 두 사람의 지친 모습과 호흡만이 남았다. 그 숨 가쁘게 몰아쉬는 호흡도 안무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들은 무대의 마지막에 작은 공들을 소품으로 활용했는데, 어딘가에 뿌리거나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옷 속에 넣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3) 진MUV프로젝트 'Battle' 안무 최연진 2 ⓒ이재봉
작품 3) 진MUV프로젝트 'Battle' 안무 최연진 2 ⓒ이재봉

 

무용수 자신이 하나의 볼풀이 된 것처럼 춤을 추며 옷 속의 공들이 자유롭게 찰랑거렸다. 흰 셔츠 너머로 보이는 가지각색의 공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옷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아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저 공들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본 볼풀 안무의 마무리는 옷 밖으로 흘려보내 바닥에 흩뿌리는 것.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 공들이 중력을 따라 시원하게 방출되는 모습이 꽤 기억에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춘 두 사람. 두 사람은 복잡한 어른의 사정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무언가를 계속해서 표출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무아지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몰입감과 집중력. 작품명은 싸움을 의미했지만, 두 사람은 싸움, 경쟁에서 벗어나, 그저 그저 무대를 즐겼다.

그것은 바쁘게 경쟁하고, 경쟁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어느새 우리가 잊어버린 진짜 소중한 가치가 아니었을까?

 

작품 3) 진MUV프로젝트 'Battle' 안무 최연진 3 ⓒ이재봉
작품 3) 진MUV프로젝트 'Battle' 안무 최연진 3 ⓒ이재봉

마무리

각자의 철학과 이상,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남김없이 표출해내며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경쟁과 예술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 진MUV프로젝트의 <Battle>이 대상을 수상했고, 안무상은 같은 작품을 안무한 최연진이 수상했다.

대회의 취지처럼 앞으로 무용계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미래를 밝힌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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