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학제 개편안 담은 교육부 보고 논란
졸속이냐 개혁이냐 찬반 논란 과열
국민의 공감과 사회적 합의 필요

사진='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범국민연대 관계자들, 연합뉴스
사진='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범국민연대 관계자들, 연합뉴스

[문화뉴스 정승민 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유보통합'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하는 이른바 '학제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를 보고했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빠르게 하는 학제 개편 추진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놓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 학부모들 사이에서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졸속으로 입시경쟁과 조기교육을 앞당기고 유아 발달 과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오후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30여 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반대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지금 논의가 단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추네 마네 하는 지엽적인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안타깝다"며 "6.25 전쟁 중에 만든 6-3-3-4 학제가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미래사회를 준비하기에는 ‘낡은 틀’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또한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부모들의 경력 단절이 되는 것을 막으면서, 교육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틀에 맞는 교육의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은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지적하며 논란의 원인을 짚기도 했다.

이렇게 정계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유보통합', '학제 개편안'은 무엇이고 무슨 내용인지 살펴본다.


국가 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 해소

현재 논란이 과열되고 있는 유보통합과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을 담은 학제 개편안은 지난 29일 교육부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교육부 업무에서 찾을 수 있다.

그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모든 아이의 교육 출발선을 국가가 책임져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국가 책임제'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교육 국가 책임제는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0~5세'에 해당하는 영유아기에 교육 지원의 가치와 효율이 높다고 보고,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오전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영·유아·초등학교, 즉 어린 시절에 투자했을 때의 교육 효과가 성인기에 투자할 때보다 1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어린 시절', 즉 교육 국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출발선을 '영유아기', '초등학교 진입기', '초·중등기'로 보고 있는데, 논란이 되는 시기는 '영유아기'와 '초등학교 진입기'다.

시기별 교육 국가 책임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본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원화, '유보통합'

사진=등원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사진=등원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관리 주체가 각각 이원화돼 있는데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로 다르다. 또한 유치원은 교육 기관, 어린이집은 보육 기관으로 분류돼 있어 이를 통합해 일원화하자는 것이 유보통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한 뒤 교육 중심의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한 조직·인력 및 예산 등 정비 방안 마련·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치원, 어린이집 모두 질 높은 교육·돌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격차를 완화하며, '0~2세'에 대해서도 교육 지원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에 서비스 격차가 왜 발생하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 이는 각 교사의 자격 기준과 처우가 다르다는 것에 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높은 경쟁률의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이외에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유치원 교사에 비해 높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유치원 교사의 처우가 더 좋은 편이다.

특히 심한 경쟁을 뚫은 유치원 교사 입장에서는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같은 처우를 받는 것에 불만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는 '공정성 논란'을 빚은 '인국공 사태'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차이를 보였던 운영 시간도 유사해졌고, 교육 과정도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차이점이 모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보통합'이 필요하고,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인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모든 영·유아 대상 교육·돌봄 서비스 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술할 '학제 개편안'과 맞물린다면 '연령대'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추진 시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만 5세'부터 초등학생? '학제 개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부분이다. 

교육부는 모든 아이의 교육을 조기부터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모든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을 본격 논의·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현재도 '초·중등교육법' 내 취학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제13조에 따라 만 5세가 돼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굳이 자녀를 조기 입학시키는 부모는 적다.

정부는 2025년부터 입학 연령을 3개월씩 앞당겨 4년 뒤인 2029년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럴 경우 2025년에는 2018년생 전체와 2019년 1~3월생이 취학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15개월(12+3)씩 순차적으로 취학시켜 4년이 지나는 2029년에는 모든 학생의 취학 연령을 1년 당긴다는 구상이며, 이럴 경우 17세에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생겨 사회 진입 연령이 낮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사진=학제 개편안 관련 질의응답하는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예전보다 학생들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지식) 전달 방식이 다양화, 효율화돼 전달 기간이 빨라졌다"며 "현재 12년간 교육 내용은 10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아이들의 인지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편협한 시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후술하겠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양극화하고 있으며, 독서율 감소로 어휘력, 문해력 저하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 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입학 연령이 낮아질 경우 맞벌이 부부의 걱정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종일반 같은 개념이 없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일찍 입학시키면 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1~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까지 학교 돌봄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학제 개편안'은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현 6-3-3-4 학제는 6.25 당시 만들어져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에는 '낡은 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안 의원의 의견처럼 학제 개편은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사항일 수 있다.

학력 회복 및 교육결손 해소를 위한 집중 지원

지난 6월 교육부는 202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교과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20년부터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학생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공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소외계층은 악영향으로 다가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교육으로 공교육의 부재를 메웠던 학생들도 적지 않아 학습 결손 피해는 고스란히 공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떠안았다.

따라서 국가가 이에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코로나로 누적된 학습결손을 신속히 회복하고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누적된 학습결손은 방과 후·방학 중 소규모(1~5명) 교과보충 및 교·사대생을 활용한 학습·상담 지원 등으로 회복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특성화 특수학교 신설, 다문화 한국어학급, 탈북학생 맞춤형 멘토링 등 특성에 따른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교실 - 학교 - 지역사회 단위에서 밀착 지도하여 기초학력 향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교실은 1수업 2교(강)사 배치, 학교는 다중지원팀 운영, 지역사회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교육 개혁'은 빠르게 변혁하는 시대에서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지만, 수요자인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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