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중 문무를 겸비한 안중근 의사
작곡은 발레 창작 시 어려움 중 하나
앞으로 우리 역사를 조명하는 작품 제작할 것
연구와 제작을 통해 세계시장 진출할 것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문병남 안무, 양영은 대본·연출)이 지난 9일, 10일 양일간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우리나라 창작발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M발레단 앙영은 단장을 만나 작품의 제작의도와 창작과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

독립운동가 중 문무를 겸비한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를 발레 작품으로 선정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2015년 문병남 선생님께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하시던 국립발레단을 나오시고 M발레단을 창단하면서입니다. 문병남 예술감독님께서는 발레인이자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작품을 만들어낸 것을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하시며 예술가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국립발레단 재직시절, 이미 국가브랜드사업 1호 <왕자호동>을 안무하신바 있습니다. 

저 역시 중학교시절부터 박사과정까지 영국에서 오랜 기간 유학을 하며 영국발레가 지닌 고유의 레퍼토리들을 보면서 한국도 한국을 대표하는 레퍼토리가 꼭 필요함을 느껴왔기에 문병남 선생님과 뜻을 함께하며 M발레단의 창단을 함께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의 중요성을 느끼며 영국에서 「(한국)국립발레단에 의해 형성· 변화되는 국가정체성」이라는 박사학위논문을 썼습니다. '한국적인 소재의 창작발레작품의 창출', '한국발레의 정체성 구축'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M발레단을 창단하였고, 첫 창단작품으로 어떠한 소재가 좋을지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작품을 문병남 예술감독님께 제안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의 근현대사 특히 독립운동가에 대한 작품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여러 인물들을 고려해보았는데, 그중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안중근,천국에서의 춤' 연습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천국에서의 춤' 연습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 의사는 문무를 모두 겸비한 인물입니다. 그분이 지닌 기개와 또 내면의 섬세함을 발레로 풀어내어 우리 역사의 강인함과 우수함 또 그 안의 아픔을 함께 표현해낸다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되는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춤으로 풀어내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서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유언을 보면서입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보면서 천국에서의 춤을 추셨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살아계실 때 만끽하지 못했던 해방된 조국의 자유를 우리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해 고국으로 모셔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활동을 통해 우리의 염원이 모여 유해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초연한 후, 작년 ‘2021 예술의전당 창작발레’로 재제작됐습니다. 초연 작품 때와 이번 대한민국발레축제 작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초연 후, 작년 예술의전당과 재제작 작업을 하면서 스토리, 의상, 장치 등 많은 부분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특히 역사적인 자료에서 많은 부분 누락 되어 있는 아내 김아려를 재조명하며 남편의 사형소식을 들은 아내의 마음 어떠하였을까 생각해보며 마지막 뤼순감옥에서의 아내의 부분(솔로와 파드되)을 확장하였습니다. 

4장 러시아 연해주의 의병부대 활동은 전폭적으로 확장하여 의병부대의 결집과 전투까지를 모두 보여주며 남성군무를 강조할 수 있도록 하였고, 3장 이토의 통감취임 축하연 장면도 조금 더 일본식 술집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안무를 새로 하거나 수정하였습니다. 

작년에 전반적인 구성과 의상, 장치 등을 새로이 했다면, 올해 발레축제에 올리면서는 세밀한 부분들을 좀 더 수정·보완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조마리아) 부분을 조금 더 확장하고자 프롤로그와 마지막 뤼순감옥에서의 장면을 수정하였습니다. 

대의를 위해 당당히 죽으라는 어머니의 편지가 있지만, ‘그 말을 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며, 처참한 심경이 아들에게도 닿을 수 있도록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집중하여 장면의 연결 부분들과 연기적 제스처들을 재고하며 보완하였고, 혼례식의 군무 부분도 안무를 수정하여 조금 더 혼례식에 참석하러 온 축하객들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안중근,천국에서의 춤' 연습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천국에서의 춤' 연습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단지동맹, 하얼빈 의거 장면에서는 영상 기술을 활용하셨습니다. 무용수의 무용과 영상 기술의 적절한 활용도 돋보인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장비가 미비한 극장에서는 활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대부분의 극장에서 영상활용이 가능합니다. 극장에서 보유한 장비가 없는 경우, 저희가 프로젝터를 대여해서 영상활용이 가능하도록 설치하여 진행합니다. 이번 CJ토월극장의 경우도 저희가 프로젝터를 2대 대여해서 설치한 후 영상을 구현한 것입니다. 

CJ토월극장의 경우, 전면과 후면에서 영상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극장들을 전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에, 그럴 경우 영상 이미지를 전면만 투사할 수 있도록 수정해서 진행합니다. 하얼빈역으로 달려가는 기차장면은 영상과 조명의 조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때그때 무대 사항에 따라 영상으로 가능한 부분과 조명으로 대체할 부분들을 정리해서 연출안을 수정하여 진행합니다.

 

작곡은 발레 창작의 어려움 중 하나

발레 작품 감상 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음악입니다. 작품 구성 시 음악은 어떻게 선정하셨는지도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선정은 안무가님께서 미리 생각해두셨던 곡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안무가님께 음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안무가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은지 음악감독님 겸 작곡가님이 많은 부분 안무가님과 상의하여 적합한 곡들을 찾아주시거나 새로이 작곡을 해주셨습니다. 나실인 작곡가님도 함께 작업하시며 새로이 작곡해주셨습니다. 김은지 음악감독님은 국립발레단에서 재직하신바 있으셔서 그때부터 문병남 예술감독님과 인연을 맺어 이 작품의 초연부터 함께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나실인 작곡가님도 <오월바람>이라는 M발레단의 또 다른 창작발레를 전곡 작곡하시며 문병남 예술감독님과 함께 작업하신 경험이 있기에, 서로의 방향성을 잘 알아 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김은지 음악감독님과 나실인 작곡가께서 많은 도움 주셨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 사용된 장면별 음악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곡 - E. Grieg The Death of Åse from Peer Gynt Suite No. 1, Op. 46
프롤로그 (뤼순감옥) - 나실인
J. Strauss II Overture to the Opera <Die Fledermaus>
N. Paganini Adagio flebile con sentiment from Violin Concerto No. 4 in d minor
격동의조선 - 김은지
이토의 통감취임 축하연, Part I - 김은지
N. A. Rimsky-Korsakov Scheherazade, Op. 35
P. I. Tchaikovsky Capriccio Italien, Op. 45
이토의 통감 취임 축하연, Part II - 김은지
C. Saint-Saëns Danse macabre
러시아 연해주 의병부대의 활동 - 김은지
M. Mussorgsky Night on Bald Mountain (arr. N. A. Rimsky-Korsakov)
G. Mahler Adagietto from Symphony No. 5
단지동맹 - 김은지
하얼빈 의거 - 김은지
뤼순감옥 - 나실인

 

우리 역사를 조명하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할 예정

 

사진=김일우 제공
'안중근,천국에서의 춤' 연습장면 (사진=김일우 제공)

 

창작 발레 작품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국립발레단 ‘허난설헌-수월경화’, 유니버설발레단 ‘춘향’, ‘심청’ 등을 제외하면 대중화된 발레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중소발레단에서도 창작발레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신 거 같습니다. 해외에서 공연하면, 우리 역사와 창작발레를 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공연 예정이 있으신지요?

해외 공연 일정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예전 뮤지컬 <명성황후>처럼 이 작품이 해외 투어를 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레 레퍼토리로 도약하기를 기대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함성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창작발레는 곧 발레의 토착화와도 연관됩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외에 또 다른 창작 계획 있으신지요?

M발레단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며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만의 창작발레를 만들어가고자 꾸준히 창작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문병남 예술감독님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외에도 <왕자호동>, <처용>, <오월바람> 등의 작품을 안무해오셨습니다. 또한, 2021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 문예회관·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 프로그램' <발레, 돈키호테>을 통해 기존 클래식 발레 작품을 재안무 및 재해석하여 우리만의 프로덕션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작업을 선보이며 흥행을 이루어내기도 하였습니다. 

M발레단은 차기작으로 남북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제:남남북녀>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가제: 이순신> 작품을 구상해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한 창작작업을 통해 M발레단은 우리의 역사를 지켜내는 한국발레의 힘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창작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발레 창작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창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창작작업 시, 가장 어려운 점은 한 번에 다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 올려놓고 보면 수정·보완할 부분들이 보입니다. 그러면 이런 부분들은 다시 고민하고 구상해서 수정된 버전을 다음 무대에 올리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여러 차례 필요한 것이 창작작업이 지닌 어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다행히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작으로 초연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올랐습니다.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사업으로 목포, 여수, 제주에서 공연을 올렸고, 작년에 예술의전당과 함께 재제작하여 CJ토월극장에 올린 후, 올해는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공연을 올리면서 이 작품은 지속적인 수정·보완의 과정을 거쳐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한편으로 이 작품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공연예술, 특히 무용 분야의 창작지원사업들은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꾸준히 살아남아 그 완성도를 높혀가고 있습니다. 이는 공연예술창작산실사업의 '창작품의 레퍼토리화'라는 목표를 활발히 실현시키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회성 공연의 단점을 극복하는 유일한 창작발레작품이자, 수년간 해외 라이센스 작품 수입에만 취중해 온 한국발레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성공적인 창작발레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더욱 완성도를 높여 국내외 많은 무대에서 선보여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나가고자 합니다.

이에 '한국발레 =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라는 타이틀과 함께 'K-ballet'의 열풍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세계무대로 진출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꾸준한 연구와 제작으로 세계시장 진출할 것

 

사진=김근우 제공
M발레단, 문병남 예술감독 (사진=김근우 제공)

 

문병남 예술감독님께서 창작을 꾸준히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창작한 작품들은 어떤 작품들인가요?

문병남 예술감독님은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부터 지도위원 부예술감독까지 역임한 한국발레의 주요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왕자호동>,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처용>, <오월바람>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의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며 한국발레의 정체성을 구축해온 안무가입니다. 

특히 이번 발레축제 공연을 통해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더욱 널리 알리게 되었고, 한 작품을 꾸준히 수정·보완해 나가며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라는 평을 들게 되었습니다. 

문병남 예술감독님의 안무작과 공연 이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발레를 만들고자 한 문병남의 창작철학과 노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그가 끊임없는 탐구와 창작활동을 통해 한국발레계에 큰 계보를 남기고 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문병남 예술감독님의 의지를 함께 나누며 M발레단의 단장직을 맡고 있는 저는 우수한 한국창작작품의 탄생과 세계시장진출을 실현시키며 '한국발레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M발레단의 횡보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사진=M발레단 제공
M발레단, 양영은 단장 (사진=M발레단 제공)

 

단장님께서는 발레논문 작성하시며 연구활동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학술 활동도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저는 최근 5.18민주화 운동을 발레로 풀어낸 M발레단 <오월바람>(문병남 안무)에 대한 논문(「Comprehending Dance through Empathy: A Spectator’s Total Body-Mind Experience of Watching Wind of May (Moon, 2020)」)을 통해 명망높은 AA&HCI급 국제학술지 <Dance Research: 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Research>에 게재하였고, 이는 한국인 최초 표지(cover page)논문으로 게재되며 한국의 창작발레를 국제학술계에 널리 알리는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올해 광주시립발레단 제131회 정기공연(4월 29-30일)의 무대에 오른 <오월바람>에서 연출을 맡아 논문을 통한 이론적 연구와 실기적 창작활동의 연계성을 실현해내는 작업을 실천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론과 실기의 영역을 연결하며 M발레단의 활동을 통해 한국발레의 깊이를 더해가도록 노력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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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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