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분이 60분처럼 느껴졌던 작품
원형무대로 표현한 시칠리아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 기념 국내 초연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18일부터 1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베르디의 작품으로 1282년 부활절에 일어난 ‘시칠라아 만종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프랑스의 강압적인 지배를 받던 시칠리아인들이 프랑스를 향한 봉기를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총 5막, 185분의 관람시간이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공연이 끝날 때는 60분 정도가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시칠리아를 표현한 원형무대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를 표현한 원형무대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막이 오르자 둥그런 원형 무대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원형무대로 표현한 듯했습니다. 이후 원형무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칠리아를 표현합니다. 1막에서 부자지간인지 모르는 아리고와 몽포르테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프랑스인들이 원형무대를 반시계 방향을 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는 아리고와 몽포르테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암시 같았습니다. 

또한, 원형무대 위 돛이 오렌지색으로 바뀌며 시칠리아를 되찾겠다는 시칠리아인들의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고, 시칠리아 섬을 묘사하며 지배자의 자리를 묘사할 때도 원형무대가 활용됐습니다.

 

시칠리아인과 프랑스인을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인과 프랑스인을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작품에서는 시칠리아인과 프랑스인을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렌지색을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시칠리아인, 하늘색은 프랑스인을 상징했습니다. 원형무대 위 나무에는 오렌지색 열매와 하늘색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지만, 누군가는 빼앗고 누군가는 빼앗기는 욕망과 절망을 품은 나무가 되어버렸습니다. 

조국을 되찾으려는 엘레나, 그녀를 사랑하는 아리고. 아리고는 몽포르테의 아들입니다. 아리고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괴로워합니다. 몽포르테를 죽이려한 엘레나를 저지하며 둘의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몽포르테는 엘레나를 죽이려 하지만, 아리고는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려 자신의 혼을 던지고 둘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아리고와 엘레나의 결혼식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아리고와 엘레나의 결혼식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시칠리아인들은 프랑스인들을 공격합니다. 아리고는 프랑스인을 상징하는 하늘색 옷을 입고 있었고,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하게 됩니다.

작품을 보며, 독립운동가 박열과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가 오버랩됐습니다. 야만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축복했겠지만, 국적을 기반으로 사람에게 색을 입히는 시대에서는 개인의 감정보다는 국가적 대의가 먼저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커튼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커튼콜

 

프랑스인의 아버지를 둔 아리고였지만, 시칠리아인의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시칠리아의 독립을 원했지만, 이율배반적이게 죽음은 프랑스인 아리고에게 찾아왔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왜 아리고인가?’라는 탄식과 함께 깊은 한숨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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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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