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품은 초연이란 생각으로 무대에 올라
사랑, 조국, 가족 관계 사이의 갈등
성악가에겐 어렵지만, 관객에겐 즐거움 더해
크노마이오페라로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어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에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 출연하는 테너 강요섭과 소프라노 서선영을 만났습니다.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에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 출연하는 테너 강요섭과 소프라노 서선영을 만났습니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를 6월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선보입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1282년 부활절에 일어난 '시칠리아 만종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베르디의 작품입니다. 13세기 후반 프랑스의 강압적인 지배에 대항해 시칠리아인들이 일으킨 대항을 말합니다. 프랑스 군인이 시칠리아 여인을 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격분한 시칠리아인들은 수많은 프랑스 군인을 살해하고 성당의 저녁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프랑스인에 대항한 봉기를 일으킵니다. 

성공적인 국내 초연을 위해 많은 출연진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엘레나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 김성은, 아리고 역에는 테너 강요셉, 국윤종이 캐스팅됐습니다. 엘레나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 아리고 역의 테너 강요섭을 만나 작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한국 초연입니다. 재공연 시, 이번 공연이 기준점이 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초연에 대한 부담감은?

엘레나 서선영 : 초연이라서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어느 작품이건 같은 무게감을 느끼고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작품은 늘 초연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무대에 서고 있어요.

아리고 강요셉 : 재작년 국립오페라단에서 ‘윌리엄 텔’ 초연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많이 하던 작품이데, 한국에서는 초연이었죠. 우리나라 초연이라 부담감을 가지면서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제가 했던 배역이 기준점이 되고 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저도 모든 작품을 할 때 초연처럼 생각하고 임하고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더 큽니다. 서선영 선생님과 호흡이 너무 잘 맞습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사랑, 조국, 아버지

갈등과 연민 그리고 결단

 

두 인물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엘레나 서선영 : 엘레나 시칠리아의 공녀에요. 시칠리아에서 어쩔 수 없이 유명한 사람이죠. 오빠는 적국인 프랑스군으로부터 죽임을 당해요. 프랑스 식민지 상황에서 오빠까지 잃고 적개심이 크죠. 

독립에 앞장서는 아리고를 사랑하지만 신분 차이로 마음을 고백하지 못해요. 아리고는 아버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고아인 상태에요. 마지막에 아리고의 아버지를 찾았는데 프랑스 총독이에요. 아리고는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시칠리아인들에게서 멀어지게 돼요. 엘레나가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아리고에게 오빠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말을 해요. 결국 조국을 위해 죽게 돼죠.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기억나는 작품이 있어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합창단에서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를 올렸어요. 유관순을 공부하면서 독립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실제 독립군 목소리가 나오는 음성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울림이 너무 컸어요. 

나라를 위해 죽어간 죽음. 결코 가볍지 않고, ‘결국은 나라를 만들어 내는 초석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2019년을 기점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엘라나가 ‘나라를 위해 죽게 된 것이 영광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아리고 강요셉 : 미스터 션사인에서 일본인이 ‘식민지가 되면 제일 먼저 다치는 게 누군지 아느냐?’, ‘귀족들, 왕족들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엘레나의 상황과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 션사인 주인공도 독립군으로 살 수밖에 없고 사랑하던 남자와 이뤄질 수 없었죠. 

제 역할은 아버지와 얽힌 혈연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역할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모든 오페라를 끌어갈 수 있는 건 아리고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주축이 되는 사람이 튀면 작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사람들을 돕고 이해하며 연결고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 위의 배역은 또 다른 페르소나입니다.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아리고 강요셉 : 저희 둘이 비슷한 면이 있어요. 성악가이자 오페라가수입니다. 오페라가수는 연기에 신경을 써야 하죠. 저희 둘은 연기를 중요시하는 면이 있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할, 연기, 감정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연기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노래만 생각하면 쉽지 않죠.
 
엘레나 서선영 : 가장 중요한 건 텍스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소스라고 생각해요. 제가 나오지 않는 부분도 신경을 쓰죠. 예를 들어, 아리고와 몽포르테의 대화에서도 엘레나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한 마디도 놓치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이 말하는 엘레나가 엘레나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텍스트 안에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악가의 어려움,

관객에겐 더 큰 즐거움 선사할 것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아리고 강요셉 : 많이 했던 오페라가 아니라 처음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 준비하게 됐고, 준비하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긴 했지만 오히려 더 잘 준비하게 된 것 같습니다. 힘들게 시작한 게 득이 된 상황입니다.

엘레나 서선영 : 책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두껍게 느껴져요. 조금 과장해서 악기는 밥 먹는 시간 빼고 연습을 할 수 있지만, 성악가는 한정적인 시간만 연습할 수 있어요. 악보를 소화하고, 연출의 의도에 맞게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더군다나 시칠라아 섬의 저녁기도는 분량까지 많죠. 

다른 작품이랑 다르게, 베르디가 ‘무자비하게 썼다’라고 생각해요. 결혼식 날 부르는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벗들이여(Merce, dilette amiche)'는 극고음을 내야 해요. 운동경기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체급이 있는데, 체급을 뛰어넘게 썼어요.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고 밸런스가 맞는 4명의 주인공을 섭외하기가 어려워서 우리나라에서 공연이 안 됐을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4명 주인공의 밸런스가 아주 멋져요. ‘또 언제 올려질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캐스팅이 좋으니 오셔서 꼭 보셨으면 해요. 

아리고 강요셉 : 어려운 건 성악가의 몫입니다. 그만큼 관객분들은 이번 작품을 보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두 분이 꼽는 명장면이 있다면? 아리아는?

아리고 강요셉 : 엘레나의 세 번째 아리아가 유명하지만, 엘레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첫 번째 아리아 ‘먼바다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가 아닐까 합니다. 연출도 좋아서 시작하자마자 멋있는 장면이 나올 거 같습니다.

엘레나 서선영 : 아리고가 등장하면서 16미터 되는 망토를 짊어지고 들어와요. 자기 삶의 무게를 늘어놓는 것처럼 보였어요. 삶처럼 이고 지고 온 흔적을 아버지인 몽포르테가 밟고 들어와요. 아리고의 아리아 '통곡의 날, 극심한 고통의 날이여'가 오페라 전체를 설명해요. 베르디의 시원함, 청량감, 속도감, 긴장감 등이 집약돼있죠.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습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리고 강요셉 : 오페라를 좋아하려면 일단 봐야겠죠? 오페라는 거리감이 있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시칠리아 섬의 시벽기도‘는 초연이다 보니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오페라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이건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못할 거 같습니다. 성악가의 어마어마한 소리와 연기력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오셨으면 합니다.

엘레나 서선영 : 영화 볼 때 자막보기 어렵지 않은 것처럼, 오페라 자막도 어렵지 않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성악가의 목소리가 몸에 주는 타격감은 피곤하지 않아요. 공연은 시간예술입니다. 현장의 시간, 온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직접 관람이 어렵다면

크노마이오페라로

사진=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 캡쳐
사진=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 캡쳐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관객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 전할 예정입니다. 6월 4일 15시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서 국내 초연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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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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