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얼굴 연작 ‘행인 프로젝트’를 마무리, 새로운 연작 발표
직접 만든 유화물감으로 작품의 표현이 폭넓어져….
12월 16일까지, 갤러리BK 한남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한재열 개인전 ‘The Gathering, Bystanders’가 갤러리BK 한남에서 12월 16일까지 개최된다.

그간 한재열 작가는 ‘Passersby’ 일명 ‘행인 프로젝트’를 통해 얼굴을 수집하듯 회화로 선보여왔다. 편의상 얼굴이라고 표현했지만, 한재열 작가의 ‘행인 프로젝트’ 속 ‘얼굴’들은 단순하게 ‘얼굴’이라고 통칭하기에는 미묘하다. ‘인물’인 것만 짐작될 뿐 그의 ‘인물상’은 표정, 인종, 나이 등 개인의 특징이 담긴 얼굴 표면은 모두 벗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재열 작가는 ‘얼굴’의 특징들이 벗겨져 나간 그 뒤로 색채와 질감으로 뒤엉켜진 ‘인물’을 남긴다.

 

한재열 작가가 10년 동안 진행한 'Passersby'(일명 행인 프로젝트). 한재열 작가는 작게 시작한 작품(위)을 크게(아래) 발전시키기도 한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다. ( 사진 = 한재열 작가 제공)
한재열 작가가 10년 동안 진행한 'Passersby'(일명 행인 프로젝트). 한재열 작가는 작게 시작한 작품(위)을 크게(아래) 발전시키기도 한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다. ( 사진 = 한재열 작가 제공)

 

이상하게도, 한 작가가 화면에 남겨둔 인물에게서는 어떤 개인적 특징도 읽을 수 없지만, 작가가 표현한 강렬한 색채와 질감, 형태는 작품 속 인물이 실재하는 듯한 존재감과 본질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한재열 작가는 이렇듯 뚜렷한 작품세계와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젊은 작가로서 경력과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런 그의 ‘행인 프로젝트’가 10년을 맞으며 마무리를 짓고 새로운 연작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갤러리BK를 찾았다.

이번 전시 ‘The Gathering, Bystanders’에서는 한재열 작가의 스케치와 드로잉부터 새로운 연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소개한다. 전시장에서 한재열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작품세계와 새로운 연작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직접 유화물감을 만들고 그리는 한재열 작가 (사진= 한재열 작가 제공)
직접 유화물감을 만들고 그리는 한재열 작가 (사진= 한재열 작가 제공)

 

Q. 이번 전시에 대한 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 ‘Gathering Bystanders’은 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에요. 10년 동안 했던 ‘행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해요.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전시공간 전체를 다 사용해서 저의 전체적인 작품세계를 담고자 했어요. 1층에는 그간 해온 ‘행인 프로젝트’ 작품들을 전시했고 2층부터 새로운 시리즈 ‘Gathering Bystanders’를 전시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3층에는 저의 작업의 원형을 보여주는 드로잉이 전시돼 있습니다.

 

Q. 인물의 얼굴만 그리는 초상의 형태에서 서사가 생겼습니다. 저는 서사라고 표현했지만 그림의 대상이 개인에서 사회와 역사를 내포한 군상으로 옮겨갔는데 계기 혹은 이전 작품과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주제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모일 수가 없는 상황 때문인지 ‘사람이 모인다는 것’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개인으로서 사람과 또 다른 사회 속의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사회 속에서 가면을 쓰듯 한 얼굴의 특징을 지워냈을 때 그 남은 얼굴들이 더욱 그 사람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독립된 개체들을 그려왔어요. 

이미지의 어원 중 하나의 설이 고대 로마에서 가족의 대표가 죽었을 때 그 얼굴을 밀랍으로 떠서 집에 전시하던 것에서 왔다고 해요. ‘실제를 본뜬 것’이 이미지인 거죠. 이 형태는 나중에 초상화로 이어져요. 이런 측면에서 저 스스로 옛날 초상화를 그렸던 사람의 태도를 떼어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물을 그릴 때 표현은 추상적이지만 실존하는 듯이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엔 그리던 인물이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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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군중이 있는 그림을 ‘행인 프로젝트’보다 먼저 떠올렸어요. 바로 그리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사실 ‘The Gathering, Bystanders’시리즈의 준비를 위해 ‘행인 프로젝트’가 시작이었던 거죠. 그러던 게 10년을 ‘행인 프로젝트’를 그리게 됐네요(웃음).

 

새로운 연작 'The Gathering, Bystanders' 작품들이 전시된 2층 전시 풍경 
새로운 연작 'The Gathering, Bystanders' 작품들이 전시된 2층 전시 풍경 

 

Q. 직접 물감을 만드시는 이유가 있나요?

회화는 정말 오래된 매체인 만큼 특히나 다양한 방면으로 새롭게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감을 직접 만들면서 색깔과 질감 등 이전과 비교해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졌어요. 

직접 만든 물감은 공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기성품이 갖지 못하는 퀄리티, 광택의 유무, 색감, 질감 등 재료의 제약이 적어져요. 예를 들어 물감을 만들어 쓰기 전 작품에서는 형광은 잘 쓰지 못했어요. 기성품에서 찾으려면 굉장히 한정적이거든요. 하지만 물감을 만든 후에는 형광뿐 아니라 화장품 안료나 네일폴리시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표현과 효과를 내고 있어요.

 

Q. 관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점이나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작품을 아주 가까이에서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리는 거리를 관객들도 함께 느끼는 거죠. 특히 큰 그림은 주로 멀리서 보기마련이잖아요.

저는 화면 안에서 상반된 것들이 충돌될 때 흥미로운 화면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색깔, 부드러움과 거친 질감, 밋밋한 것과 돌출된 것들이 충돌하는 순간들이요. 관객들도 제 그림 안에서 어떤 것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시 공간 속 한재열 작가 (사진= 한재열 작가 제공)
전시 공간 속 한재열 작가 (사진= 한재열 작가 제공)

 

Q. 앞으로 전시 일정이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 1월 중순에 베를린으로 돌아가서 작업할 예정이에요.
 


 

한재열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가장 먼저 형용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이 든다. 작품 속 얼굴에 눈이 없지만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 때문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비슷한 형태와 패턴을 찾듯 작품 속 뜯긴 얼굴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많은 관객도 작품 속 얼굴에서 저마다 다른 감정을 만나겠지만 비슷한 낯섦을 느낄 것이다. 전시장을 찾아 한재열 작가가 남겨놓은 이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낯섦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박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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