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의 터주대감 강남 교보타워와 리움 삼성미술관
남다른 애착의 주인공 남양 성모마리아 성당
적색 벽돌로 건축에 다양성 부여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강남역 랜드마크였던 뉴욕제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철거되고 새 건물이 지어진 지 벌써 9년이다. 

‘강남역 웨이브 건물’이라고 하면 ‘아 그 건물!’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GT 타워는 지난 2011년 완공 10년 차가 되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남역의 건물들이 하나씩 천천히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로 채워지면서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는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굳건히 강남역에 자리를 지키는 건물이 있으니 바로 강남 교보 타워이다. 강남대로 일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교보 타워는 지금도 강남역 약속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엄청난 크기의 벽돌 건물을 누가 그 시절 설계했던 것일까?


'적벽돌’ 하면 떠오르는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Mario Botta)/사진=마리오보타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Mario Botta)/사진=마리오보타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마리오 보타(Mario Botta)는 스위스 건축가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독특한 외관의 건물들을 설계했다. 기하학적인 건축 외관으로도 유명하지만, 적벽돌을 빼놓고 마리오 보타의 건축을 논할 수 없다. 마리오 보타는 주택, 오피스 빌딩, 문화시설, 상업시설, 종교 건축 등 다양한 용도의 건축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는데, 많은 건물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붉은 벽돌로 마감된 것을 볼 수 있다.

마리오 보타의 건축 철학은 크게 8가지로 소개되어 있지만, 이 중 대지의 중요성, 빛, 기하학, 자연 재료가 건축물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벽돌을 건축 재료로 쓰는 이유가 건축 철학 중 자연 재료에 해당하는데, 흙이라는 자연재료로부터 만들어지고 그만큼 내구성이 좋아 벽돌을 즐겨 쓴다고 알려졌다.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강남 교보타워

2003년에 준공되어진 지 20년을 바라보는 강남 교보 타워는 마리오 보타가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첫 프로젝트이다. 마리오 보타는 평범할 수도 있는 직사각형의 건물을 단지 붉은 벽돌로 마감함으로써 주변의 무채색 또는 유리 건물과는 재료적으로 차별성을 주고, 시각적으로 강렬함을 줄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에도 무게감을 주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신논현역에 위치한 강남 교보타워/사진=마리오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신논현역에 위치한 강남 교보타워/사진=마리오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건물 내부에서는 마리오 보타의 건축 철학 중 하나인 빛을 찾을 수 있다. 교보 타워는 25개 층 높이의 2개 타워로 이뤄졌는데, 이를 잇는 유리의 통로는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또, 건물 로비의 3층 높이 아트리움은 천정이 유리로 덮여있어 무거운 느낌의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개방감이 느껴진다.

독특한 기하학적 외관과 강렬한 적벽돌로 마리오 보타의 건물은 사람들에게 낯설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강남 교보 타워’ 하면 ’강남역에 있는 벽돌 건물’로 자리 잡은 랜드마크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리오 보타의 건축 철학이 조화롭게건축물에 녹아들었다는 점이 거장의 건축물이 가진 차별성으로 보인다.

 

건축 거장들의 건축물이 한자리에 모인 리움 삼성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 붉은색 원통형의 건물이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미술관이다/사진=마리오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삼성 리움미술관. 붉은색 원통형의 건물이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미술관이다/사진=마리오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한남동에 있는 리움 삼성미술관은 총 3개의 건축물로 이루어졌는데, 마리오 보타를 포함한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장 누벨(Jean Nouvel) 이 건물을 설계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역원추형의 붉은색 벽돌 건물이마리오 보타 설계의 건축물이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역원추형 건물과 유럽 고성의 성벽이 연상되는 건물의 조합은 형태적으로 리움의 다른 두 건물과도 너무나도 다르고, 특유의 붉은색 벽돌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함을 주었다.

 

미술관 내 보이드 공간. 유리천정은 건물 안으로 빛을 들여와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한다./사진=마리오 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미술관 내 보이드 공간. 유리천정은 건물 안으로 빛을 들여와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한다./사진=마리오 보타 건축사사무소(Mario Botta Architetti) 공식 홈페이지

역원추형 건물의 내부에는 외관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중앙의 보이드 (내부 공간의 오픈 스페이스) 공간의 천장은 유리로 되어있는데, 천정으로 들어오는 채광이 지하 로비까지 전달된다.

이 빛이 흰색의 내부 벽과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난 측창을 통해 단지 빛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공간을 만들어내는 마리오 보타의 빛에 대한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건물은 도자기 미술관을 염두에 둔 공간입니다.

도자기 화병을 거대화한 듯한 신비한 형태를 만들고 싶었죠.

누군가 도시를 지나다가도 신비한 모습에 끌려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고 싶게 하는 거죠.

-마리오 보타(Mario Botta), 리움미술관 마리오 보타 인터뷰 中

 

 

남다른 애착을 보여준 남양 성모마리아 성당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사진=남양성모성지 공식 홈페이지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사진=남양성모성지 공식 홈페이지

2020년에 준공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마리오 보타가 가장 최근에 한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무려 8년 동안 한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14차례의 설계 수정 끝에 완성된 건축물이다. 

마리오 보타는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지만, 특히 종교건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건축물을 설계한 몇 안 되는 건축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종교 건축을 틀에 박힌 설계가 아닌, 종교에 대한 인식과 훗날 종교 건축이 미칠 영향, 상징성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창의적인 건축을 보여주었다.

 

 

물질적인 것을 넘어 인간의 영적인 요구에에

부응하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中

 

남양 성모마리아 성당은 2020년 당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이 개봉되면서 화제가되었다. 역시나 붉은 벽돌을 주 외장재로 쓴 남양 성모마리아 성당은 기존의 성당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두 개의 원통형의 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탑 사이의 틈을 통해 내부로 흘러 들어가는 빛은 내부에 영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골짜기에 있는 대지에 ‘울타리’ 역할의 건축물을 만들어 복잡한 세상과 구분되며 영혼이 치유되는 공간 설계를 의도했다.


적벽돌이 마리오 보타의 시그니처처럼 많은 건축물 설계에 벽돌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오 보타 설계의 제주 휘닉스 아고라 클럽하우스처럼 꼭 적벽돌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벽돌은 즐겨 사용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벽돌 외장의 건물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적벽돌 건물은 여전히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마리오 보타는 꾸준히 붉은 벽돌을 사용하면서 건축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

 

<마리오 보타(Mario Botta)>

베네치아 건축학교 졸업

 

1986 Chicago Architecture Award 시카고 건축상

1989, International Biennial of Architecture, Buenos Aires CICA 

1993 국제건축 비엔날레 축제(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1995 European Award for Culture, Karlsruhe 독일 칼스루에 유럽 문화상

2003 Swiss Architectural Award 스위스 건축상

2015 Milan Triennial 밀란 트리엔날레

 

해외 주요 작품

스위스 몬뇨 지오바니 바티스타 교회 (The Church of San Giovanni Battista)

프랑스 에브리에브리 성당 (Évry Cathedral)

미국 샌프란시스코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an Francisco Museum of Art, SFMOMA)

스위스 바젤팅글리 미술관 (Museum Tinguely)

스위스 스타비오로툰다 주택 (Casa Rotonda)

주요기사


 
임나래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